2014년입니다.
2014년.. 어릴 적 읽던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보았던 상상 속의 연도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되었고 현실은 과거 상상만 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나이만 먹어버렸지 신상의 변화는 별로 없네요. 그저 소년기의 가위눌림으로 끝없이 떨어지기만 하던 낭떠리지로 하염없이 추락하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그래도 새해라고 맘을 추스리고 부지런히 움직여 보려는데 맘같이 되지는 않습니다. 갯벌이며 산이며 돌아다니며 조사도 하고 묵은 책들 끌어내려 읽어도 보지만 허전한 속은 채워질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 와중에 내가 아끼고 아끼던 쌍안경이 운을 다해버렸습니다. 물질적으로도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아끼던, 몸 갈 때 마다 수족처럼 같이 지니고 다니던 애기를 헛되이 보낸 정신적 충격량도 적지 않습니다. 새를 보러 가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볼 뿐, 두 눈을 잃어 봉사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다 나의 부주의 때문이지만.. 잠시 놓은 정신줄의 결과로는 타격이 너무 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제탓만 하고 실망에 휩싸여 아무 일도 못한다면.. 작은 실수가 그 실수의 무게보다 더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기에 애써 흠흠거리며 움직여 보았습니다. 저가의 쌍안경도 새롭게 보니 좋네요. 금방 적응이 됩니다.
1월 11일 낙동강하구 조류조사와 13일 동부산 조류조사에서 만난 새들을 올려봅니다.
흰꼬리수리 유조입니다. 새해 처음으로 담은 새사진인가 싶습니다.
운좋게 고대갈매기도 만났습니다. 추워 손발이 오글아 들어서 몇 컷 담지 못했네요..ㅠ_ㅠ
맹금머리등에 이어서 명지로 오니.. 큰고니는 적었으나 혹부리오리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자다가 고라니의 습격에 놀라 큰고니들이 다 깨버렸습니다. 그래도 적이 아닌 것은 압니다.
13일, 동부산조사에서 만난 개똥지빠귀입니다. 예전 같으면 버리던 사진인데.. 요즘엔 이도 귀합니다..^^
또 허접한 사진.. 말똥가리니다. 그나마 몇 장 찍은 것 중에 젤 나은 겝니다.
조실쌍안경의 충격에 눈물처럼 흐르는 계곡물만 무심히 바라보다가.. 이번 동부산조사 처음으로 물까마귀를 만나게 되네요. 그렇게 찾아헤매던 이 녀석을 다른 이의 쌍안경으로 찾아내다니.. 아~ 잘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