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조사
말많던 부산발전연구원 12차년도 낙동강하구 생태계 모니터링, 조류조사. 난상토론 끝에 이번에도 조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다. 조사에 대한 의미가 점점 퇴색하고 타성에 젖어, 하구조사에 대한 열의가 시들해도
이것이 하구모임을 모이게 하고 섬지역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끈이기에, 이걸 놓치면 하구모임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 공감을 하였는지 다들 참여하자는 열의가 높았다. 새로운 조사는 늘 9월부터 시작된다. 조사용역에
대한 계약은 10월 즈음에야 끝나지만 빠진 이가 생기면 곤란하기에 바로 조사를 시작하였다.
9월은 도요의 달이다. 너나할 것 없이 섬조사를 자처하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 예전 같쟎게 새가 없는
섬지역은 더 이상 큰 흥밋거리는 못된다. 해서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는 젊은? 남성 위주로 섬조사자가
편성된다. 길이가 가장 길고 새가 없는 신자도는 으레 내 몫으로 남는다. 그늘 한 점 없는 10릿길, 퇴약볕의
모래섬을 한 시간 반에 주파하려면 철인의 인내와 체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큰 기대없이 찾은 신자도에
의외로 새가 많다. 예전처럼 만단위의 개체수의 새들이 찾지 않기에 많다는 것은 개체수보다 조류 구성의 다양함, 즉 종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자도가 파도에 짤려나가는 바람에 눈앞에 두고 가까이 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철수하는 배편에 맞은편 짤린 섬으로 가차이 가서 잠시나마 멋진 탐조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더 없이 맑은 가을하늘 아래서 눈이 즐겁디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하늘은 맑고 좋은데.. 신자도가 파도에 끊겨버렸다.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섬 중의 섬에 고립되었다.
졸지에 고립무원의 신세에, 기대치 못한 망중한을 즐기다 보니.. 횡재도 한다. 뒷부리도요 접근...
피곤해 보이는 좀도요도 가까이 다가와 졸음겨운 눈인사를 보낸다.
좀도요 사이에 세가락도요가 끼어 있었는데.. 발이 잘린 녀석도 관찰되었다.
섬이 끊겨 가지못하는 저 편의 섬엔.. 제법 많은 도요들이 진을 치고 있다.
가끔씩 무엇엔가 놀라 군무를 하기도 하고..
금새 제자리로 다시 날아든다.
이동은 못하지만 조사는 해야겠기에.. 망원경으로 저멀리 신자도 중편의 새들을 관찰한다. 도요는 도욘데...
철수하는 배편에 잠시 건너편으로 넘어가 도요를 관찰하다 호사를 누린다.
넓적부리도요다! 몇 년만에 처음 만나는 듯.. 근데 사진은 나와 같이 노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