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한 마리를 보면 3년 재수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마도 17마리까지 꾸준히 카운트하다가 어느 날 한꺼번에 100여 개체를 보고 마리수를 세는 것을 포기한 기억이 난다. 그만큼 두루미가 귀하다는 것일 게다. 단정학이라 불리는 하얀 두루미는 철원에서나 만날 수 있고 남쪽에선 재두루미나 흑두루미를 겨우 만날 수 있다. 가끔 지나가는 큰 무리는 볼 수 있지만, 쉬거나 월동하는 무리는 쉽게 볼 수 없다. 그래서 더 귀한 새다.
10월 23일, 흑두루미의 이동이 시작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을숙도 상공을 훑어보다가 흑두루미 250여 개체가 잠시 일웅도와 염막둔치 상공을 선회하다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하였다. 그 뒤 간간이 무리들의 이동을 관찰하다가 11월 13일 순아벌에서 먹이활동하는 흑두루미 두 개체를 발견하였다.
10월 23일 처음 발견한 흑두루미 무리. 선회를 하다가 남쪽, 일본쪽으로 날아갔다.
가까이 나는 무리가 있어 확대하여 담아보았다. 흑두루미인 것이 확인가능하다.
11월 13일 오전에 한 무리의 흑두루미들이 남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관찰하였다.
오후에는 뜻밖에 두 개체가 순아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 잠시 쉬는 것이겠지..
근데 다음날, 11월 14일에도 같은 지역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왼쪽은 어린 새.
11월 17일 같은 지역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나의 부주의로 날려버렸다. 미안...
11월 18일, 같은 두 개체가 멀리서 선회하는 모습을 관찰하였다.
그리곤 논에 내려와 먹이활동을 하였다. 접근하니 경계를 한다.
순아벌, 이제 곧 에코델타시티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예정된 지역이다. 아마도 농사가 다 끝난 겨울철부터 공사가 진행될 것 같다. 흑두루미가 이 지역에서 계속 월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나 공사판에 이리저리 쫓기는 모습을 생각하니 안스럽기 그지없다. 사람들은 공존이라는 소리를 너무 쉽게 한다. 과연 개발의 광풍 속에 새와 사람의 공존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약한 자여.. 그 이름 새일 뿐이다, 흑두루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