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부터 시작한 둔치와 일웅도 조사에서 매번 키키킥 거리며 요란하게 울어대던 때까치. 12월부터 줄더니 1월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산지에서 번식하고 동절기에는 산아래로 내려와 인가주변이나 공원 등에서 월동을 한다고 도감에 나와 있는데 벌써 산으로 가버린 것일까. 최소 5개체 이상 관찰되는 화명둔치, 삼락둔치에서 만나지 못하고 일웅도에서 겨우 한 개체를 보게 되었다. 암컷이다. 가슴의 비늘무늬가 암컷임을 확실히 알려준다. 나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포즈를 취해 주길래 잘 담았는데.. 한 주를 보내고 다시 조사차 일웅도에 접어들려고 하니 도로에 작은 뭔가가 눈에 띄고 느낌이 이상해 진다. 그래 그랬구나. 또 하나의 안타까운 주검이 이렇게 널부러져 있구나. 일주일 전의 그 녀석이 아닐까 해서 더 마음이 짠해진다. 설마, 산으로 간 것이 아니라 다들 이렇게 사라져 버린 것을 아니겠지. 그냥 번식을 위하여 일찍 산으로 올랐으리라 믿고 싶다. 이렇게 도로에서 차에 치여죽고 유리창문에 부딪혀 죽는 개체가 부지기수란 이야기를 들었다. 대책? 대책은 도로를 없애고 빌딩을 없애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서행을 하고 버드세이버를 붙여도 줄이는 효과 뿐, 근원적인 대책은 아니다. 인간세계에서 도태하지 않고 살려면 그러려니 하며 감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으리라. 늦은 밤 때까치 부리 옆으로 흘러내린 선홍색의 피빛이 눈에 밟힌다. 잘 가라 때까치.
1월 일웅도에서 만난 때까치. 붉지 않은 머리와 가슴의 비늘무늬는 이 개체가 암컷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같은 1월 어느 매섭게 추운 날, 같은 녀석인지 아니면 동료인지 모를 한 개체가 이렇게 쓰러졌다.